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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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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칼럼 : 그래도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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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4,855회 작성일 08-09-10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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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노동을 하고 산다. 육체노동도 하고 정신노동도 하고 감정노동도 한다. 10년 동안 쉼터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가장 힘든 영역은 감정노동이다. 특히 신림이와의 만남은 피해갈 수 없는 힘든 노동이었다. 신림이를 만나기 전에 내 마음가짐은 환대해주자, 잘 보살펴주자, 어려운 일은 잘 도와주자, 뭐 그런 식의 것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신림이가 쉼터에 와서 지내기 시작하자 내 마음가짐은 흐트러지기 시작하였다. 보살피기 싫어지는 마음이 들었고 도와주기는커녕 박대하고 인색하게 구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신림이와 하루 동행을 해보았다. 주머니에 땡전 한 푼 없이 신림이가 이끄는 대로, 신림이가 하자는 대로, 신림이가 하는 말에 토를 달지 않고 따라다녔다. 꼬박 하루를 돈 없이 도와줄 사람 없이 굶고, 걷고, 물 얻어먹고, 잘 곳을 찾지 못해 길바닥에서 자보기 까지 했다. 길거리에서 생활했던 신림이의 심정이 어땠을까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예상과는 달리 무척 힘들었다. 목적지 없이 무작정 걷는 것도 힘들었고(30㎞정도 걸
    었다), 물 한잔 얻어먹는 것도 눈치 보였고, 좀 좋은 위치다 싶은 곳은 성인 노숙자들이 다 자리를 잡고 있어서 편한(?) 곳 찾기도 힘들었다. 배는 고픈데 돈은 없고 물만 먹고 버티다가 밤에는 체온조절이 안 되서 몸에서 열이 오르고 어지럽고 속은 메스꺼웠다. 결국 길바닥에 2시간정도 누워서 휴식을 취해야했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신림이가 길바닥에서 주운 담배꽁초를 같이 피우기 시작했고 나도 본격적으로 담배꽁초를 줍기 시작했다. 담배를 피울수록 몸이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느덧 나는 꽁초가 발견되는 대로 피워대기 시작했다. 꽁초를 피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신림이 못지않게 나도 침을 뱉고 있었다.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떡, 사탕, 과자를 발견하게 되면 줍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 시작했고 음식점을 지나칠 때에는 코가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새벽이 찾아오니 몸에 힘이 없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무료급식을 한다는 말에 간신히 힘을 내어 서울역에 가봤으나 그 날은 무료급식을 하지 않는 날이라고 했다. 거기까지 끌고 간 신림이를 한 대 때려주고 싶은 충동이 별안간 들었다.

    아침 8시가 되었다. 길바닥에 앉아 꽁초를 피우며 생각에 잠겼다. 낮에 출발해서 다음날 오전까지 두 끼를 굶었다. 고작 하루도 안 되는 시간이었다. 이 상태로 이틀이 되고 삼일이 지나면 난 어떻게 될까? 난 신림이와 크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이렇게 살다보면 길바닥에서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엄습해왔다. 그런데도 신림이는 집에 안 들어간다? 신림이에 대한 궁금함이 약간 풀리는 것 같았다. 이 생활보다 집은 더 공포스러운 곳이기 때문인가? 그런가 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지? 혼자 고립되어서 생존하려면 신림이가 했던 삥뜯기, 훔치기도 해야만 할 것 같았다. 새벽에 말끔하게 차려입고 힘차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니, 괜히 부럽고 얄미워지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래서 옆에 있는 신림이에게 불쑥 한 마디 했다.
    ‘너, 어떻게 살았냐?’

    신림이들아! 너희들한테 솔직히 ‘희망’을 말하기가 죄스럽다. 너희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또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너희들의 그 기나긴 삶이 쉽게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나조차도 절망했던 적이 많단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려 했던 적도 있었단다. 그렇게 희망을 볼 수 없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면서 지금도 나는 간신히 버티고 있다.
    10년을 돌이켜보니, 나만 잘 살아남았다. 난 결혼도 했고 예쁜 딸아이도 둘이나 있고 네 식구가 편하게 지낼 집도 있다. 그래서 내 마음이 더 무거운지도 모르겠다. 나도 힘에 겨워 언제 이 일을 그만 둘지 모르지만 너희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는 심정으로 내가 쉼터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너희들의 처지를, 너희들이 이 사회의 어른들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들을 계속 전하도록 노력하마.
    너희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참 좋겠다. 그런데 세상은 너희들에게 희망을, 기회를 주기는커녕 더 빼앗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아서 참 안타깝다. 그래서 너희들에게 희망이 생기도록, 기회가 주어지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계속 생각하며 실천해 나아갈 것이다.
    어른들에게 바라는 게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너희들은 이렇게 대답했었지,
    “그냥 밥은 먹었는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그렇게 물어봐줬으면 좋겠어요. 나쁘게만 보지 말고 좀 따뜻하게 바라봐줬으면 좋겠어요.”
    신림이들아, 오늘 밥은 먹었니? 어디 아픈 데는 없고? 
     
     
    박 진 규 (신림쉼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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