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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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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운영자 댓글 0건 조회 5,161회 작성일 08-05-16 11:36

    본문

    "그 순간에 한 번이라도 그 아이들 눈을 본 적 있니?"

    대구 초등학생 집단 성폭력사건의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소식을 접하는 순간, 어쩔 수 없는 직업의식 때문인지 유치장에 갇혀있는 그들을 상담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생각한 질문이다. 문제의 그 순간에 그들은 피해 학생들과 눈이라도 마주쳤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아무리 문제가 심각한 아이들이지만 극도의 불안과 공포에 떠는 피해 학생들의 눈동자를 빤히 보면서까지 그런 일을 저질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차마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싶다. 그래야 희망이 있지 않겠는가?

    "평소에 다른 아이들과는 눈을 자주 마주치니?"

    이 질문에는 뭐라 답할까? 아마 잘 모른다고 하기 쉬울 것이다. 그런 것은 왜 묻느냐고 할 것이다. 그동안의 상담경험을 통해 볼 때, 평소에 친구들과 눈을 잘 마주치는 아이들이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와 눈을 마주친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의 대상이 아닐 때, 우리는 그의 눈을 보지 않는다. 지금부터 10년 전쯤 서울대공원의 類人猿관에서 오랑우탄과 눈을 마주친 일이 있다. 그 슬픔과 분노를 넘어 이제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눈빛이라니…, 나는 더 이상 '원숭이 재주'에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동안 구경거리에 지나지 않던 도구적 대상이 관계의 대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 때부터 나는 되도록 동물원에 안 가게 되었고, 어쩔 수 없이 가게 되더라도 동물들의 눈은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나와 관계의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가 우리 안에 있다는 심적 부담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무의식의 발로일 것이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아이들이 평소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서 좀더 성공적이었다면, 그리고 자신의 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은 동료나 후배들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도구적 대상이 아니라 관계의 대상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면 절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사람을 관계의 대상으로 파악하는 것을 배우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그러고 보면 그들도 피해자인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아이 지키기'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런 아이들은 위험한 아이들이니 조심해야한다.", "저런 곳은 위험한 곳이니 얼씬도 하지 마라." 이런 교육을 시키는 것일까? 나는 '우리 아이 지키기'라는 말속에 깔려 있는 우리 아이와 위험한 아이들, 우리 아이와 위험한 세상의 이분법이 오히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를 지키기 위해 아이들에게 누군가를 의심하고 경계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것은 바로 그런 태도로 인해 소외되는 아이들을 또 다른 가해자로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아이 지키기'가 집밖의 위험한 아이들을 전제로 그들로부터 우리 아이만 지키면 된다는 식으로 전개되지 않기를 바란다. 대신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가 위험한 아이들이 생기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기를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가정교육의 우선순위가 공감과 배려에 맞춰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공감과 배려는 도구적 대상이 아닌 관계적 대상으로서 타인과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타인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런 마음을 배려라는 행동으로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서 어찌 이번처럼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는 호신술보다는 공감과 배려를 먼저 가르치는 부모가 되고자 한다. 나는 우리 아이만 안전한 세상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안전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 호 준 (본원 상담교수)
    내일신문 5월 6일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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